시우 성우의 오키나와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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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에 사랑을 남기고 간 아이들

의류 디자이너인 시우 엄마는 작은 것에도 감동하고 감사하는 소녀 같은 감수성을 가진 분이었다

‘소녀’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풋풋함의 이미지와 함께, 아직 덜 성숙한 이미지도 같이 줄 것이 분명하지만 ‘소녀 같은 엄마’란 이런 이미지 구나 하는 미소를 머금게 하는 그런 만남이 나에게 허락 되었다

소녀는 두 아이의 엄마였다. 그리고 그녀의 입술에서 나오는 단어 하나 하나가 마법과 같이 아이들을 착하게 성장 시키고 있었고, 그녀는 그냥 평생 소녀로 남아 있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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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두 아이를 가진 엄마. 세상을 다 가진 엄마

시우 엄마가 오키나와를 찾은 이유는 두 가지인 것 같았다. 엄마로서 아이들에게 예쁜 것을 보여 주고 소녀로서 감성 충만해서 서울로 돌아 가는 것. 흙을 마음껏 밟고, 비 온 뒤 도로에 가득한 물속으로 들어 가는 성우에게 ‘성우야, 신발에게 물을 많이 주자’ 라고 말하는 소녀 엄마. 이 가족에게 관광지는 의미가 없고, 단지 사랑 할 수 있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 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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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오키나와여행 중 가장 좋아 했던 비오스오카. 자연과 어울려 하루를 보내기에 충분한 곳으로 다음 번 여행 때는 도시락을 싸와서 하루 종일 보내고 싶다고 하실 정도였다
모든것이 신기한 아이들
세상 모든 아이들이 다 같겠지만, 시우는 유독 질문이 많았다. 그리고 동생 성우는 누나를 닮아 있었다.
질문이 많은 아이들의 공통점은 항상 세심하게 답변을 해주시는 부모님을 만났다는 증거

한 가지 질문의 답변에는 반드시 ‘왜요?’ 라는 재 질문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한 번에 수십 가지의 질문이 폭풍처럼 몰려 오는 것이었다

이제 훌쩍 커버린 내 아들 하늘이에게는 없는 모습. 시우 엄마가 부러웠다. 그러면서 언젠가부터 나는 아들의 질문에 짜증을 내고 제대로 답변을 안 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도 하게 되었다

‘비는 왜 오는 거예요?’ 이 질문에 맞는 명쾌한 답변을 찾는데 나에게는 꼬박 4일 정도가 걸렸다. 자연 과학적인 설명은 아이들에게 해답을 결코 줄 수가 없었다. 아이들의 모습에서 ‘천국’의 존재를 확신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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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만큼 모든것을 신기해 하며 구석 구석 둘러 보던 시우 엄마. 그리고 그 옆에 착 달라 붙어 세상을 바라보던 시우,성우
‘비는 왜 오는 것인가?’ 이 질문의 해답은 아이들이 내려 주었다. ‘하나님이 샤워를 하고 계셔서 그래요’ 그래, 그것이 우리 삶의 수 많은 숙제의 답변 일지도 모른다. 천국에서 방금 온 이 천사들에게 어른들의 답변은 오답이었던 것이다. 나는 지금 ‘인생은 무엇인가?’ 라는 사춘기적의 질문을 다시 나에게 던져 본다. 그리고 내가 내린 인생의 의미와 목적이 올바른 것인지 다시 물어봐야 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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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본 오키나와

배우 고 현정씨에게 영감을 주고 오키나와를 방문 하게 하였던 세소코 마사유키 저자의 ‘새로운 오키나와 여행’ 라는 책이 소녀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표지에는 그 흔한 슈리성이나, 만자모의 사진이 없었다. 바다가 보이는 작은 cafe사진. 그리고 소녀는 나에게 말 하였다. ‘마지막 이틀은 이 책에서 소개하는 곳으로 가 보고 싶어요. 그리고 이 책의 주인공들과 이야기도 해보고 그들의 삶을 느껴 보고 싶어요’ 다른 여행객들과 다르게, 시우네 가족은 느긋한 아침 식사를 끝내고 11시 즈음에 여행을 시작하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많은 것을 보는 것 보다 중요한 것이 조용히 느끼는 것이란 것을 이미 알고 계시는 분이셨던 것이다. 우리는 비오스의 언덕, 츄라우미 수족관, 오키나와월드 등도 방문 하였지만, 나의 기억속에는 방문한 관광지의 모습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고, 한편의 수필이 적고 싶어 지는 잔잔하고 따듯한 마음만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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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산호를 많이 찾았는데, 공항 검역소를 통과 하지 못해서 지금 내 손에 있는 산호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꼭 전해 드릴 예정이다. 법보다 강한 것이 우정이고 사랑.
돌아 보니, 내가 보여준 오키나와는 없고, 시우 가족이 나에게 새로운 오키나와를 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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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도 흙 위에 하자고 하고 잔디를 마음껏 밟으며 자연에 동화되던 아이들
무엇을 볼 것인가?

여행을 인생에 비유 하는 글들이 참 많다. 그리고 그것에 반박하는 사람들을 본적이 없는 것 같다. 그냥 멋진 표현이라서 그런 것일까?

아니, 그렇지 않다. 여행은 바로 인생의 여정과 너무 닮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행을 통해서 인생을 배우고 여행을 통해서 인생을 뒤돌아 볼 수도 있다는 결론도 얻게된다

무엇을 볼 것인가? 는 어떻게 볼 것인가? 언제 볼 것인가? 그리고 누구와 볼 것인가? 를 함께 결정해야 하는 복잡하고도 중요한 시간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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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을 너무 좋아한 시우 엄마. 이번 방문 중에 좋은 석양을 못 보여 드린 것이 매우 아쉬웠는데, 파란 하늘만 봐도 너무 행복 하다고 오히려 나를 위안 해 주셨다

내가 살고 있는 오키나와, 그리고 마지막 삶의 터전으로 생각 하고 자리 잡은 오키나와. 이곳을 어떻게 바라 보고 어떻게 소개 할 것인가를 생각 하게 하는 아름답고도 소중한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에세이를 적을 수 있게 허락해준 시우 가족과 나는 오뉴월에 반딧불을 같이 보러 가기로 했다. 그때 우리는 조금 더 가까운 친구가 되어 있을 것이다

시우야, 성우야, 건강하게 자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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